분명 그럴 리가 없는데도, 붉은 절취선이 그의 뱃가죽 위에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칼을 든 팔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의 웃는 낯에 내 팔의 그림자가 아로새겨졌다. 그가 입으로만 속삭였다. 여기 갇힌 어린 히비키 와타루를 구해주세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고양된 채로 칼을 빠르게 내려찍었다. 이내 절취선으로부터 피가 튀겼다.
미나토 오오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몸은 언제 빨았는지도 가물가물한 침낭 위에 뉘여 있었다. 남자는 부스럭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처럼 엉망으로 어질러진 방 안 정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만약 그가 평소에 제 공간을 잘 정돈하며 사는 인간상-리카이처럼-이었다면 자기 방에 어떤 변화가 벌어졌음을 손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
신청자의 허락을 받고 크레페에서 받은 커미션 전문을 게시합니다. https://kre.pe/VxSk “다들 힘든 시기라서 그런가, 요새 고해하러 성당을 찾아오는 이가 많아. 신께 죄를 사함받으면 병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지.” 그 목소리는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습한 동풍과 같아,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오고 있는데도 그 출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
신청자의 허락을 받고 크레페에서 받은 커미션 전문을 게시합니다.https://kre.pe/VxSk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듯이 새붉은 색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종종 어머니의 머리카락에서 빛이 나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그 빛은 아주 잠시간만 어머니의 머리 위에서 춤추다가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라지고는 해서, 어릴 적에 ...
“이번 뮤직비디오는 바닷가에서 찍을 거예요. 감독님이 콘티 주셨는데 한번 보시고… 여기, 이 씬이 제일 중요한데, 뮤비 감독님이 꼭 노을을 배경으로 찍어야 한다고 하셔서요. 노을이 지기 전에 빨리 찍어야 하고, 아마 하루 만에 다 찍을 순 없을 테니 며칠에 거쳐서…….” 니카이도 야마토는 거품이 가득한 맥주잔 표면에 입 맞추면서 오키나와 행 비행기를 타기 ...
*사람에 따라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겨울 모토하시 이오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기침 때문에 고역을 치르고 있었다. 몸살이라기엔 열도 없었고, 병원에 가 봐도 그럴싸한 병명을 진단받을 수 없었으며, 약을 처방받아 꾸준히 복용해도 차도는 없었다. 아프지 않으니 평소처럼 봉사하는 데에는 문제없었다. 다만 잦은 기침은 이따금 귀...
며칠 전 탐라에 카이싱(트위터 아이디 @eyemark10051) 님의 창작 프로젝트, ‘7일의 프로젝트’ 후기 만화 트윗이 들어왔었다. 7일의 프로젝트란? 서로 모르는 사이인 두 사람의 자캐가 7일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사를 쌓는 프로젝트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카이싱 님의 포스타입에 업로드되어 있다. 설명을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바로 탐라에...
*할로윈 기념으로 쓴 괴담 아닌 괴담 글입니다. 사람에 따라 역겹게 느낄 수 있을 법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다지 무섭지는 않습니다... + XX월 XX일 글 추가했습니다. ++XX월 OO일 후기 추가했습니다. 이제 뭘 더 업로드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글은 3일 뒤에 지우려고 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원래 괴담 같은 데 관...
쾌청한 여름날이었고, 단골 과일 집에서 서비스로 오렌지를 한 알 더 받았기 때문에 모토하시 이오리는 기분이 좋았다. 더운 날씨 탓에 턱 밑에 고인 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등으로 훑어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양손으로 받쳐 든 그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탁. 그러나 문이 닫힌 바로 그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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